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져 왔다. 안 좋은 꿈을 꾸었던가. 머리는 지끈거리고 어쩐지 심장 부근이 뜨겁게 울렁였다. 롤란은 눈을 느리게 떴다. 이윽고 앞에서 팔짱을 끼곤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제퍼리스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친 것이었다.

 

“뭐야, 제피.”

“그래. 여기가 어딘지 설명이 좀 필요한데.”

“... 망할. 여기는 어디야?”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자 보이는 거라곤 흑색의 벽지와 끝없이 앞으로만 이어진 일자형 복도뿐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천장에 달린 전등이 둘 사이를 비추었다. 아까까지 롤란이 누워있던 바닥에는 붉은색의 카펫이 깔려있었다.

 

“여기 어딘데? 망할!”

“그거야 내가 물을 말이지. 근데, 좀 재밌어 보이는걸~”

“... 하...”

 

천진한 목소리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외딴곳에 떨어져 끝도 안 보이는 복도만이 앞에 널렸는데도 어째 걱정이 되지 않아 보이는 듯했다. 롤란은 찬찬히 몸을 일으켰다. 지끈거리는 머리는 마지막 기억을 잊은 것인지 무슨 연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맞다, 롤란. 눈을 뜨니까 우리 앞에 이런 종이가 있었어.”

 

그가 내민 종이에는 이런 말이 쓰여있었다.

 

이 곳은 비밀 던전. 탈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미션 방을 탈출해야 한다. 첫 번째 방은 복도 끝에 있다.

 

“지금, 끝도 안 보이는 저 복도를 걸으라고?”
“오... 오. 재밌어 보이지 않아?”

“망할!”

 

“그래도, 일단 가보자고, 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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